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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칼럼] 만들고 판매해서 함께 여행가자 / 해뜰사회적협동조합 김영화 선생님

작성자 대구사회적경제
작성일 20-11-06 11:23 | 517 | 0

본문

 

 

(커뮤니티와 경제) 칼럼: ‘만들고 판매해서 함께 여행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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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해뜰사회적협동조합원)

 

2016년에 방송통신고등학교청소년반에서 일하게 되면서 학교협동조합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공교육 기관을 벗어나 있다가 돌아온 아이들 18명 이었다. 교사들은 고민했다. 과연 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경험을 하면 다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칠 수 있을까? 대학 진학을 위한 수동적인 학습이 아니라 실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배움을 다시 시작할 수 있기 위해서 무얼 하면 좋을까? 돌이켜 보면 다음 세 가지를 기대했던 것 같다.

 

먼저, 사회로 나가기 전에 실제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학교에 있을 때 해보면 미처 몰랐던 길을 찾을 수도 있다고 기대하였다. 두 번째로, 학생들은 세상에 나가서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가지 상황과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힘은 바로 소통이다. 일을 하면서 만날 사람들과 협업하고 대화하기 위해서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졸업한 뒤에도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학생들 개개인의 배움 목표 설정, 배울 방법 설정, 피드백까지 스스로 기획한다.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은 졸업한 뒤에도 과감하게 도전하고, 새로 접하는 분야에서도 적응하고 배울 수 있는 지구력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하였다.

 

이러한 바람 속에서 교사들이 함께 마련한 주제는 여행이었다. 1, 2학년 때는 여행을 준비하고 실행하며 다녀와서 느끼고 배운 것을 정리하는 것이 교육과정이 되면 어떨까하고 말이다. 그것도 국외 여행이다. 그 정도는 되어야 배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동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여행 경비가 문제였다. 어떻게든 짜 내면 학교 예산으로 여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어지간히 충당할 수 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학생들에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본인들이 부담하는 것이 여행에 대한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학교에서 열심히 활동해서 그로부터 여행에 필요한 경비도 충당된다면 하는 맘도 있었다. 그러던 중에 발견한 것이 수업 시간에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 돈으로 왕복 항공비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는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경험하면서 배운다는 취지에도 맞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고등학교 1학년 시간표에 만든 것이 협동조합 과목이다. 물론 설립 총회도 열지 않았던 때였다.

  

해뜰의 전신인 대송협동조합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우리 활동은 만들어서 판매하여 여행간다였다. 그 사이 학교가 바뀌었다. 이름도 바뀌고 훨씬 많은 학생과 교사가 들어왔다. 학교 전체 활동에서도 협동조합은 학교에서 하는 여러 활동 가운데 작은 부분이 되고, ‘협동조합이란 과목은 사라졌다. 그렇지만 여러 동아리 가운데 협동조합은 꽤나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고, 달마다 열리는 학생 조합원의 날에는 많은 학생들이 모여서 의견도 나누고, 결정하며, 같이 먹고 놀기도 한다. 이번에는 어떤 물건을 어떻게 판매를 해서 방학 때 어느 곳을 어떻게 떠날 지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때로는 자신의 생각과 결정이 맞지 않아서 맘이 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른 학교에서의 모습보다는 적극적인 아이들이다.

  

지난 해 말에도 우린 연말에 바자회를 열었다. 일요일에 등교하신 많은 방송통신중학교 학생들(대부분 60대 이후의 만학도들이다)이 우리 협동조합에서 만든 나무 도마와 도자기, 마카롱, 어묵과 같은 물건을 엄청나게 사 주셨다. 덕분에 우리는 그 수익금을 가지고 회식도 하고 여행을 가게 되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정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모였다. 대략 제주도와 서울로 압축되었다. 조합원 모임이라곤 하지만 수로만 보면 학생 조합원이 대부분이라 소수자인 교사 조합원인 나로서는 그와 같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사실 장소가 정해지는 투표가 진행되는 순간에 나는 제주도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원했다. 일단 제주도로 가기 위해선 항공권 예약을 해야 한다. 오늘과 내일이 다른데다 하루에도 맘이 바뀌기 쉬운 아이들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시점이 학년말이니 학교생활기록부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마무리할 일도 많았다. 협동조합 외에도 맡고 있는 학년 2학기 활동이 마치는 시간인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또 다른 큰 업무가 닥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주도는 피할 수 있었으면 했다. 다행히도 서울로 되어, 더 큰 어려움은 피했다.

 

지금까지 우리 학교에서 협동조합은 많은 학생에게 참 좋은 공간이다. 그렇지만 학부모나 교사와 같은 지역 조합원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설립과 인가로부터 총회를 하고 이를 공증하며, 회계 및 정보 공시와 같이 운영을 위해 해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 학생들이 모두 할 수 없기에 많은 부분은 어른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학생 교육에 그렇게 좋은 학교 협동조합이 학교마다 없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도 급식 시간에 한 중학교 조합원 학생이 묻는다. ‘, 우리 오늘 조합원 모임 하나요?’ 아이들도 슬슬 몸이 근질근질하나 보다. 학년 시작 때부터 예기치 못한 전염병이 창궐하여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했으니 답답할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겨울방학에도 떠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고민해야 하며 함께 결정해야 한다. 참여한 사람마다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또 그 기대와 희망이 얼마나 충족 될지 안 될지를 알 순 없다. 수업 시간도 아닌 모든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가도 되는 시간에 학생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는 것. 주말에 시간을 내서 공원이나 학교에 가서 물건을 펼쳐 놓고 낯 선 사람들에게 판매한다는 것. 이런 일들이 배우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배움은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에게서 배우거나 함께 배우는 과정 모두를 뜻한다. 배움은 상호 작용하는 과정이다. 누구나 자신들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더 잘 배운다고 믿는다. 학교협동조합을 띤 형태가 아니라도 협동조합처럼 운영되는 학교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꼭 학교협동조합일 필요는 없다. 영국에서는 협동조합이 아예 학교를 운영하는 협동조합학교가 843개가 있다고 한다(2015년 기준). 내년에는 열심히 물건을 개발하고 만들어서, 영국 협동조합학교 학생들과 만나자고 설레는 마음으로 제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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